푸르고 어두운 밤 하늘색에 가까운 머리가 가지런히 귀에 걸려있다. 그 귀에는 귀걸이나 피어싱 같은 것이 주렁주렁 매달려있기도 했다. 장신구는 귀뿐만이 아니라 손에도 걸려있으나 이런 점이 그를 불량하게 보이게 하지는 않았다.
부작용의 정도를 알기 위해 맨 팔이 드러나는 옷을 입었으나 이를 가리기 위해 항상 겉 옷을 착용하고 몸가짐을 바르게 하기에 옷매무새만 보더라도 그의 깔끔한 성격을 잘 알 수 있다.
몸에 닿아있는 금속을 매개체로 하여 손 끝으로 부터 따뜻한 기운을 내뿜는 가느다란 실을 뽑아낸다. 미미한 빛을 내는 실들이 뭉쳐 형태를 만들 수 있다. 실의 움직임은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으며 멀리 날려 보낼 수도 있다.
손에서 나오는 빛의 실은 만져질 수 있으나 촉감과 무게는 느껴지지 않고 온기가 느껴지나 아주 따뜻하지는 않다. 벽을 통과할 수는 없으나 실들을 단단하게 만들어 투척하면 벽에 금이 가게 할 수는 있다.
실은 단순히 뭉쳐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능력을 사용하면 같은 빛으로 빛나는 코하쿠의 오른 눈만이 그 실들의 구조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결합까지 할 수 있다.
실은 자신에게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사라지거나 시간이 지나면 천천히 빛 가루처럼 흩어진다. 유지하는 시간과 범위는 아직 길다고 볼 수는 없다.
무언가를 묶거나 꿰매는 등, 말 그대로 실의 형태로 작용할 수 있다. 실들을 딱딱하고 날카로운 형태로 날리기도 하고 불꽃놀이 폭죽처럼 하늘로 쏘아 올릴 수도 있다. 보통은 작은 동물 형상을 하고 있는 소환수로 만들어낸다. 소환수는 잠시나마 소환자가 부여한 자의를 가지며 앞으로 돌진하거나 무언가를 대신해서 막아주는 등 판단에 따라 행동을 개시한다. 포유류, 곤충 등 다양한 것들 만들어봤지만 가장 효과가 좋았던 것은 새의 형태였다. 소환수를 생성한다면 주로 새의 형태를 만들어 날려 보내거나 무언가를 베어낼 수 있도록 빠르게 돌진시킨다.
이능력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손 끝부터 감각이 마비되기 시작한다. 손 끝이 검게 물들어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부작용으로 나타난다. 처음에는 감각이 마비되다가 움직임에도 제한을 받게 된다.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능력을 사용한다면 검은 얼룩은 팔을 점점 타고 올라간다. 이윽고 심장에 닿게 된다면 치명적인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능력을 조절하여 사용하고 있다. 검은 얼룩이나 마비는 휴식하면 점차 나아진다.
실의 구조를 볼 수 있는 오른쪽 눈은 실의 빛에 오래 노출되면 약한 통증과 함께 잠시 동안 시력에도 영향을 받게 되지만 체감 위험이 적기 때문에 눈에 끼치는 영향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사람들과 길고 오래 대화를 나눠본 적이 적다. 여태껏 만났던 사람의 수도 적었었고, 우르에 들어가자마자 자기가 평생 만나온 사람의 숫자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기에 그는 저절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면 몸이 얼어붙는 느낌이라고 한다.
사람을 싫어해서 말수가 적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을 좋아하고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어 한다. 정착해버린 성격 상 말을 잘 붙이지 못해 주로 행동으로 표현한다. 악한 감정 없이, 남몰래 뒤에서 도와준다든가 옆에서 귀신처럼 나타나 조금 도와주고 다시 귀신처럼 사라진다.
그럼에도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잘 지내고 싶은 욕심이 크다. 앞으로 이런 곳에서 줄곧 생활을 할 것이니까. 소심한 자신의 성격도 잘 알고 있는 모양인지, 개선의 여지가 분명히 있어 나설 때는 잘 나선다. 그러나, 정도를 몰라 점차적인 단계보다는 예고도 없이 튀어나가는 것이 큰 문제점이긴 하다.
무엇이든지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과 욕심으로 혼자서 완벽하게 처리하려고 한다. 누군가의 도움을 예의 없이 거절하지는 못하겠지만, 누군가가 오기 전에 애초에 혼자서 끝내려고 한다. 남의 손을 빌리는 것 자체가 큰 결례라고 생각되는 것 마냥, 도움을 받는다면 미안해하고 어쩌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하게 드러난다.
2구역에서 작물이나 실, 옷 따위의 도매상을 하던 부모 밑에서 자랐기에 주거지 또한 그 주변에 위치했었다. 부모의 생업은 도매업이며 코하쿠가 어릴 때까지만 해도 화목하고 평범한 가정이었다. 유년 시절에 병을 크게 한 번 앓은 뒤로는 집안 분위기가 마냥 평화롭지는 못했다. 코하쿠는 삶과의 권태를 느끼고 있었고 부모는 그것을 이겨낼 코하쿠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002. 성장타고나길 몸이 약했다.
죽을병은 없었지만 잔병치레가 잦았고, 체력 또한 쉽사리 좋아지지 못했다. 이능력 발현 이전에도 학교 생활을 평범하게 하지 못했고 결석하기 일쑤였다. 교류하는 친구는 자연스럽게 적을 수밖에 없었고 또래 애들 사이에서는 존재감 없는 인물이었다. 결국, 원활한 교육을 위해 중등교육 중간쯤에 홈스쿨링으로 전향하여 교육을 받았다. 이후 이능력이 발동되고 우르에 입소한다.
우르에 입소를 권유 받았을 때는, 몸 상태는 많이 나아졌으나 여전히 고생을 하는 도중이라 집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야한다는 사실과 그것도 예비 탐사대원을 위해서 우르에 입소해야 한다는 사실에 부모는 처음에 거절을 지속했었다. 더 큰 지원과 이런 방법으로라도 기여를 하고 싶다는 코하쿠의 적극적인 어필 끝에 정상적으로 허가를 받고 입소를 하게 되었다. 예비 탐사대원에 속하게 된다면 중앙 사람들은 각자의 몸 상태를 신경써줄테니,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003. 발현 계기여느 때처럼 학교에 가지도 못하고 신물 나는 방에서 시간을 보낼 때, 끔찍한 무료함을 견디고 있었다. 지상의 동물들을 서술해놓은 책을 뒤적일 때, ‘새’에 관한 목차를 발견하고 읽던 참에 문득 새에 대한 동경심이 들기 시작했다. 걸을 수도 있으며 공중을 날아다닐 수도 있고 벽이 있지 않은 한, 그 작은 동물이 가지 못하는 곳이 없다는 것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그런 동경이, 욕심이 금빛의 실이 되었다.
엉성한 형태였지만 책 속의 사진 위로 빛이 나는 새가 한 마리 앉아있었다. 근원지를 찾다, 자신의 손 끝이 같은 색으로 미미하게 빛이 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픈 몸도 잊어버리고 정체불명의 빛나는 새를 냅다 잡아다가 잠옷바람으로 부모가 있는 가게까지 달려갔었다. 이 광경의 마지막 장면은 숨을 헐떡이며 주먹으로 새를 꽉 쥐고 있는 어린 코하쿠와 그를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재단사들, 그리고 부모님이다.
그러는 도중, 그는 은연중에 깨달았다.
이 새가, 자신을 바깥으로 인도해주리라고.
004. 소환수사실 그가 알고 있는 형태라면 무엇이든지 모양을 만들 수 있다. 실을 뭉쳐 만들 수 있으니, 안되는 것이 없을 정도이다. 그가 굳이 새의 형태를 고집하는 이유는 빠르고,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특징 때문이다… 가, 대외적인 이유이다. 어쩌면 새와 같이 가고싶은 곳에 가고, 자유로워지고 싶은 욕심이 투영된 형태가 아닐까 한다.
말 수는 적으면서, 이미 생성된 소환수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종종 발견된다. 대화의 형식보다는 일방적인 혼잣말에 가깝다. 당연하게도, 소환수는 대답을 해주지 않는다.
005. 생활모든 것에 열정적이다.
일반 과목과 훈련 등, 모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임한다. 평소에는 먼저 말도 잘 못 걸면서, 먼저 훈련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같이 하고 싶다고 말을 걸 정도였다.
그에게는 이곳의 생활이 언제나 새롭기만 하다. 과거의 새장 속의 새 같은 생활을 청산하고 이곳에서 새롭게 살아간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006. 성격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교류를 하지 못한 것이 소심한 그의 성격에 한몫을 한 듯하다.
외동아들 하나가 잔병치레가 잦아 전전긍긍하던 부모님은 그가 어릴 때부터 과보호를 했다. 부모님의 사랑이 기꺼웠지만 옛날부터 종종 그러한 과보호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 이런 의지가 어릴 때부터 오히려 독립적인 성향을 더 강화시켰다.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러워지려 하고 약한 몸이 더 이상 약점이 되지 않도록 종종 필요 이상으로 훈련에 임한다.
007. 첫인상매사 변화 없는 표정에 올라간 눈꼬리로 살짝 차가운 인상의 사람이다. 말 수도 적어 성격 파악도 어려워 인상 그대로의 사람인 듯 싶으나, 생각보다 머뭇거리는 말투나 몸에 베인 배려있는 행동이 외관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단정함을 추구하고 규칙에 잘 따르는, 전형적인 모범생에 성실한 학생 느낌을 준다.
008. 장신구본인이 태어나고 나서 아기 때 선물로 받은 금반지가 하나 있었다. 몸이 자라고 나서는 새끼손가락에 항상 지니고 다녔었다. 그리고 이능력이 한번 크게 발동되었던 날, 선물 받았던 반지의 모서리가 바스러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단순한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능력을 사용할수록 조금씩 바스러지는 상관관계를 목격했다. 매개체가 없어도 이능력을 발동할 수는 있으나 의도한 형태는 만들어내지 못하고 흐물흐물한 형태로 완성된다.
언제든 매개체가 부족하지 않도록 양 손가락, 귀, 더해서는 주머니에도 금속으로 된 소품들을 들고 다닌다. 그렇기에 그가 길을 걸을 때면 발걸음 소리와 함께 소란스럽고 높은 소리로 짤랑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본인이 착용하는 것은 장식품보다는 소모품이기 때문에 직접 구하거나 중앙에 요청하여 조금씩 받아쓴다.
009. 철새어느 한 곳에 가만히 박혀있는 것을 참지 못하고 어디든 돌아다니는 것이 일쑤다. 교실에 있다고 했는데 훈련실에 가있고, 외출했다고 하는데 교실에 있다. 신출귀몰에 가깝다. 체력의 문제로 멀리 가지는 못하지만 있는 장소가 자주 바뀐다. 이유를 물어보자면 그저 많이 돌아다니고 싶다는 대답뿐이다.
010. 취미 -실을 이용한 것들어릴 때부터 혼자 있는 코하쿠를 위해 부모님이 여러 취미를 붙여주려 노력을 했다. 생업의 덕분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실이나 천 따위를 구해다가 자수를 하는 법도 알려주고 뜨개질도 배우게 했다. 훗날 생길 이능력을 의도하고 배운 것은 아니나, 현재는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손을 섬세하게 움직여야 이능력 응용이 수월해진다. 손의 움직임 또한 능력을 사용할수록 둔해지기 때문에 끊임없이 손을 움직여야 한다. 작게는 혼자서 실뜨기를 하거나 손을 끊임없이 움직이는 뜨개질을 한다. 모두 어린 시절에 배운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러고 있는 것이 모두 멋이 없고 유치하다고 생각하므로 혼자 구석에 박혀서 하는 때가 대부분이다.
-필사손으로 어떤 글이든 끄적거리며 쓰기도 한다. 실제 잉크 펜을 사용할 때도 있지만 주로 큰 패드를 이용하여 글을 쓴다. 창작은 전혀 아니고 기존에 있던 소설이나 자서전 등, 책의 내용 상관없이 글을 베껴 쓴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굳어진 손을 움직이기 위해 조금이라도 움직이기 위한 행위 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하는 책을 필사하는 범위로 번져갔다.
-독서그는 지식이 곧 힘이었다. 알고 있는 것이 많아야 여러 소환수의 형태로 부릴 수 있었고 응용 방식도 연구해야 했었다. 가장 고전적이고 기본적인 방법으로 독서를 택했다. 주로 동물과 관련된 백과사전을 정독하는 편이고 사진 자료가 필요하면 과거 자료 쪽들도 찾아보는 쪽이었다. 판타지 소설도 찾아보는 편이었는데, 옛날 사람들이 생각하는 '판타지'라는 것이 생각보다 도움 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011. 특기 -실을 이용한 것들시간이 남을 때마다 자수뿐 만이 아니라 손을 꼼지락거리니 뜨개질이나 실뜨기로 탑 만들기, 등등 자질구레한 것을 수준급으로 잘한다. 마찬가지로 딱히 멋이 없다고 생각되기에 누군가에게 자랑을 하지는 않는다. '이런 걸 잘해서 뭘 하나.' 같은 생각이다.
-달필글을 많이 쓸 일이 없으나 누군가가 그의 글씨체를 본다면 속으로 감탄할 만한 어른스러운 글씨체를 갖고 있다. 필사를 다른 사람들보다 자주 한 덕인지, 아니면 손에 힘을 주기 위해서 꾹꾹 천천히 정성스럽게 눌러쓴 덕인지는 몰라도 보기 좋은 글씨를 쓸 수 있다.
012. 소지품주머니의 반지, 귀걸이, 금속 장식품들
빨간 뜨개실 한 줄
013. 호불호Like
책, 장신구, 친절한 사람, 새
Hate
눈치주는 사람, 좁은 공간, 자신을 답답하게 만드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