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슬거리는 금발은 눈가를 덮고도 내려오는데, 그 머리카락 사이로 밝은 푸른색 눈이 보인다. 의식적으로 웃는 탓에 제대로 뜨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지 않나 싶을 정도다. 눈썹이 조금 처진 것처럼 보이나 웃느라 끌어내려진 것 뿐으로 실제론 일자눈썹에 가깝다. 웃는 얼굴을 자세히 살피자면 어딜 보아도 예쁘다거나 모자라다거나 하지 않을 정도로 딱 평범한 얼굴이라는 생각을 들게끔 한다. 보통 옷의 단추나 지퍼를 꾹 잠궈 올리는 편으로 넉넉한 옷을 선호하며, 신발을 자주 털어내거나 손수건을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보이며 깔끔한 꼴을 선호하는 기색을 보인다.
순간적으로 존재를 지워낼 수 있다.
지워내는 건 자신 혹은 자신과 닿아 있는 사람에 한정된다. 숨을 참는 동안에만 지속이 가능하다는 조건이 있으며 존재하는 자리가 변하거나 그외의 영향을 줄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원하는 게 있다면 직접 움직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타인과의 접촉이 떨어지면 숨을 참고 있어도 바로 다시 드러난다.) 능력을 사용한 과정에서는 미리 닿아 있지 않는 한 무언가에 관여하는 것은 어렵다. 접촉이나 타격을 주는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능력을 해지할 필요가 있다.
능력을 사용해 물리적인 타격을 투과하여 흘려보내거나 벽을 무시하고 유령처럼 지나다닐 수 있다. 그러나 걷는다는 행위를 생활 속에서 당연하게 의식하고 있기 때문인지 자신의 아래로 막연하게 내려가는 일은 불가능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행동 외에는 하지 못하기 때문에 딛고 설 자리가 없는 곳은 당연하게도 가지 못한다. 접촉을 통해 남을 숨길 수도 있으나 효율적인 면에서 조금 떨어지는 편이라고 하는데, 투과시킬 수 있는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남과 함께 숨거나 공격당하기 전에 붙잡아 투과시키는 방향으로 사용한다.
사용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방향감각이 떨어지는 게 우선이다. 위 아래조차 헷갈려 어떻게 걷고 있는지 시간이 갈 수록 인지하기 어려워진다고 하며, 어떻게 갖춰 입었어도 주위의 기온과 상관없이 신체의 체온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추위까지에 놓일 적에 올바른 판단이나 무언가에 집중하는 일 자체가 어려워진다. 그 이상은 의식해 오래 사용해본 적은 없어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중간중간에 휴식시간을 가졌음에도 수면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한 결과 손끝이 한참을 동사하기 직전까지 느껴졌으며 지금도 제대로 있는지 모르겠어 불안하다며 감상을 말했다. 타인과 함께 희석할 경우,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반절로 줄어들며 저체온증의 위험이 더 높아졌고, 한계를 넘어선 순간 기절했다.
대화를 나눌 때면 누군가의 의견에 크게 반발하지 않고 금방 자신의 의사를 굽히고 허물어지는 기색이 역력하다. 자신에게 해가 되는 의견에도 강건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 의식해 배운 것인지 대화중에 조심스럽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남의 의견을 먼저 묻고 따르는 게 습관처럼 자리하고 있다. 사람에게는 살갑게 굴었고, 크게 화내는 일조차 없는데다 근거 없는 말도 일단은 믿어주려고 할 정도로 부드럽게 구는 태도마저 존재한데… 재밌는 건 그런 태도들과 달리 또 하고 싶은 ‘말’은 하는 때가 있으니 길게 보자면 그리 좋은 이미지를 남기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그를 잘 알고 나면 모난 성격을 숨기기 위해서 앞선 말들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평가가 따르고 있다. 그러나 숨기지 않고 말할 뿐이지 악의는 없다고 덧붙이며 자신이 알고 있음을 드러내기도 한다.
어릴 적부터 크게 혼나는 일이 거의 없었을 정도로 얌전하기는 했다. 착하다는 말은 몰라도 모범생이라는 단어에 어울려 찬다는 정도로. 괜한 말을 좀 한다고 해도 어쨌거나, 도움을 청하는 사람이 있으면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습관적으로 타인에게 협력적인 구석마저 있다. (이에 대해 돕는 게 자신밖에 없어 불합리하다고 말한 적이 있을 지 언정 달리 구시렁 거리는 일은 없었다.) 누군가를 도울 때를 제외하면, 혼자서는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오랜 시간을 들이고 말 정도로 길어지니 그런 이유에서 한 번에 무언가를 어떻게 하겠다고 결정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어떤 일에도 생각이 많은 게 바깥으로도 티가 났다. 보자면, 어디에서라도 좋은 부분만 적당히 건져내려는 꼴과 비슷하기도 하다.
누가 묻는다면 고백했다가 차인 김에 프로젝트로 도망쳤다고 표현하는데… 웃으면서 말하고 달리 덧붙이지 않는 통에 진심인지 알기 어렵게 굴었다.
물론 그렇게 장난스럽게 입을 열지만,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면 프로젝트 메르겐에 관심이 많은 사실을 누구라도 알아챌 수 있게끔 했다. 의무교육 프로그램이며 각종 훈련과 지식을 쌓을 수 있다면 열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게 또 좋냐고 물으면 어렵다고 답하지만, 흥미가 많은 얼굴을 보이긴 했다.
지켜보는 사람이 없어도 프로젝트에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자신이 있어 보인다. 배움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늘 과제가 있었다며 말할 성정이다.
존경하는 사람의 이름을 적으라고 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산사르 자야를 적어낸다.
선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입밖으로 말할 정도로 당당하게 구는데 정말로 양심적이지 못한 일은 조금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음식으로 먹을 수 있게 된다면 몇 접시는 쉽게 해치우는 대식가였다. 맛있는 음식을 선호하기야 하지만 편식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음식에 대한 집착도 또 크지 않으니 …알게 된 것도 누가 주는 걸 계속 먹었던 시간 덕분이었다.
호불호가 뚜렷하게 없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 누군가 싫다고 하면 싫어한다고 따라했다. 어차피 아무것도 없다면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쪽으로 기우는 게 좋지 않나~ 라고 가볍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인다.
발소리를 죽이고 걷는 게 습관인 데다 목소리나 발성마저도 크지도 작지도 않고,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을 정도로 평범하여 … 존재감도 크지 않은 편이었다.
특기이자 습관은 숨참기, 능력과 직결되지 않았을 적부터 좋아했었다.
왼손잡이. 중요하다 여기는 순간이 아니면 오른손을 쓰는 버릇이 있다.
여전하게도 남에게 무른 구석이 있었다. 다듬어진 꼴은 아니라 여즉 재주가 좋지는 않아도 참 부드럽게 대하려고 애를 쓴다. 여전히 말을 하나쯤 냈을지언정 화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대다수고, 보이는 행동들을 보면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휘두르고자 하면 휘둘리며 자신에게 해가 되는 일에도 크게 반발하지 않는다. 그나마 거절하던 거라면 청결에 관련한 점이었는데… 일을 할 적에는 이마저도 이젠 순순히 받아들이려고 한다. 물론 그렇다고 말을 얹지 않는 건 아니었다. 그게 다듬어지기는 했어도 솔직하고 무례하게 말할 적이 있어 모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성정을 꾸준히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동시에 성실한 성격마저 그대로였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고 발전하려는데에 시간을 제법 쓰고 있는 게 눈에 보였고, 공부 하나 더 할 수 있다면 조금 더 힘차게 움직이는 꼴을 보였다.
다소 행동이 거침없어졌다는 건 성장을 지켜봐 온 사람이면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 됐다. 소리에 놀라고 유순하게 굴다가도 때때로 겁이 없는 태도를 보인다. 높은 곳을 붙잡고 오르거나, 일단은 능력으로 들어서 보거나. 늘 그러는 게 아니기는 했고, 타인의 말에 따르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는 종류이긴 했지만… 도움이 되는 방향이 보이면 뚜렷하게 움직이려고 하는 성향이 강해졌다. 다소 감안하는 부분이 확실히 있으나, 자신이 다치거나 위험에 처해도 괜찮을 정도로 움직이는 태도를 보인다. 무리하는 게 아니라고 말하며, 자기파괴적인 성향은 아니라 실제로 어느 정도의 선은 지키고 있기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