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면 등 위를 가지런히 덮는 남색 머리카락을 높게 묶었다. 매끄럽게 손질되어 날개뼈 아래 즈음을 간지럽히고 흔들리는 머리칼은 그 끝이 희미한 백색으로 바래 있다.
단정한 모양의 눈썹과 눈을 성기게 덮는 앞머리는 분방한 듯 일정한 길이로 정돈되어 있고, 뺨을 감싸고 떨어지는 옆머리는 턱 아래 즈음에서 살랑인다. 결이 얇고 가늚에도 날리지 않고 차분하게 떨어지는 가닥엔 반짝 윤이 돈다.
머리칼에 감싸인 흰 얼굴은 맑았고, 둥근 눈썹 아래 눈매는 웃음으로 휘었다. 물에 젖은 것 마냥 색이 선명한 복숭앗빛 눈동자 아래 가지런한 속눈썹이 엷은 그늘을 만들었고, 선명한 쌍꺼풀이 어린 눈매는 언뜻 둥글어 보이나 그 끝이 살짝 위로 솟아있다. 흥미로 상기된 뺨, 보기 좋게 휜 입술까지 어린 티가 채 가시지 않은 얼굴이었으나, 그 위에 서린 표정은 천진하다 느끼기엔 장난스러운 기색이었고, 장난스럽다고만 보기엔 비밀스러운 빛을 띠었다. 해도 누가 보건 좋은 인상이라 평가할만한 외양이었다.
훌쩍 긴 몸은 품이 넉넉한 옷에 덮여 두드러지는 굴곡이 없으나 곧고 반듯했다. 가지런한 자세, 치수가 크게 떨어지는 외투 덕에 제 키보다 더욱 크게 보이기도 했다. 길고 마른 골격을 따라 가늘게 뻗은 손가락이 눈에 띄는 손은 희고 매끄러웠으나, 뒤집어보면 손가락 마디와 손바닥 위, 무언가를 오랫동안 쥐어서 박힌 굳은살이 단단하다. 손톱 또한 습관처럼 항상 깨끗하게 다듬어져 있다. 자세히 살피면 몇몇 손가락 옆으로 손톱이 깨져 밀려난 오랜 흉터가 엿보이기도 한다.
사이즈가 큰 외투에 활동이 편한 캐주얼한 차림새, 언뜻 분방해 보일 정도로 편안한 복장이나, 두드러지지 않는 부분들을 섬세하게 관리하는 습관으로 그 성정을 어렴풋이 엿볼 수 있었다.
차고 더운 공기의 기류를 장악, 자유롭게 조작한다. 이론상으로는 뜨거운 공기와 찬 공기를 순환해 공기를 대류 시키는 것으로 구름을 만들거나, 태풍과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등 다양하게 활용 가능할 것으로 추측한다. 능력을 사용 시 장악한 범위 내의 기류가 자신의 수족이 된 양 감각이 확장되는 형태로 능력이 발현된다. 그렇게 장악한 기류를 조절하는 건 손발을 움직이는 것과 비슷한 감각이라, 계산보단 본능에 가까운 방식으로 능력을 운용하는 편.
기상이변을 형성하는 강제적인 조작보다는 작은 사물 혹은 사람의 몸 주변의 기류를 다루거나 공기의 흐름을 유도하는 섬세한 제어에 강세와 흥미를 보인다. 이론적으로는 기상이변을 일으키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으나, 그만큼 큰 부하가 가해질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장악 가능한 범위는 몹시 넓은 편으로 그 자신도 한계치까지 장악 가능 범위를 넓혀본 적이 없기에 구체적인 범위를 가늠하진 못한다. 물론 범위가 넓어질수록 대기에 대한 장악력은 떨어진다. 폭이 좁은 컵에 물을 담으면 수심이 깊어지지만 폭이 넓은 쟁반에 물을 담으면 그 수심이 얕아지는 것과 같은 원리. 자신과 가까운 거리에 강력한 바람이나 기상이변을 일으킬 수 있다면 먼 거리에선 바람의 방향이나 공기의 흐름을 가볍게 어그러트리고, 기류의 순환을 원활히 돕는 선에서 능력 운용이 가능하다. 실제 사람이나 물체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는 정도(몸을 가누기 힘들게 만드는 선)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범위는 자신을 중심으로 직경 50m 정도에 국한된다. 평상시엔 가볍게 바람을 일으켜 몸과 물건 등을 띄우거나, 탁한 공기를 순환시키고 주변의 온도를 조절하는 등 소소한 용도로 활용한다. 아주 강한 바람을 일으켜 여러 사람을 동시에 띄운 뒤 이동하거나(승차감은 보장할 수 없음!), 아주 차갑거나 뜨거운 공기 속에 자신이 느낄 수 있는 범위 내에 존재하는 덥거나 서늘한 공기를 불러오는 것 또한 쉽게 해낼 수 있다. 장악 가능한 범위 내 기류의 흐름을 감지하여 대기 중 발생한 이상 현상이나, 기류의 흐름 사이에 존재하는 타인의 존재 따위를 파악하는 용도로 사용하기도 한다. 만난 적 있는 대상이 장악 가능한 범위 내에 존재할 땐 어렴풋이 그 위치를 추정할 수도 있다. 정확히는 공기의 흐름이 그 사람의 주변을 비껴가는 형태를 더듬어 기억하고, 감각하는 것.
자신의 몸을 부유시키는 정도의 활용에는 거의 부담을 느끼지 않으나, 조종하는 기류의 범위가 넓어지거나, 시간이 길어지거나, 자연스러운 순환을 어그러트리는 수준의 강제력을 발휘할 경우 체온이 급속도로 변화한다. 열이 오르거나, 혹은 큰 폭으로 떨어지는 변화가 연달아 작용하며, 작열감과 오한을 동시에 느끼는 일도 있다. 페널티로 인해 실제 체온이 오르내리는 만큼 외부 환경의 변화 없이도 체내의 신경을 교란해 화상이나 동상을 입을 때와 같은 증상을 발생시킨다. 해당 상황이 지속될 경우 실제 환자처럼 신체 말단부터 내부 조직이 일그러지거나 썩어간다. 다만 실제 환자보다 증상의 발전 속도가 빠르다. 체온을 조절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체내의 멜라닌이 소진되는 부작용이 함께 발생한다. 머리카락이나 피부 등 신체 말단부터 색이 바랜다. 순서를 짚는다면 가장 먼저 체온을 조절할 수 없게 되고-> 신체 말단의 색소가 엷어지며-> 이후 신경의 교란이 발생하고-> 조직이 괴사하는 순.
얼굴을 마주하면 낯 위로 덧그려지는 말간 웃음. 목소리는 또렷하게 낭랑하고, 태도에는 생기가 있다. 움직임 하나하나에 묻어나는 온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표현하곤 한다. 받은 것 없이 호의적이고, 애정을 듬뿍 받고 자란 개마냥 다정하다. 기본적인 텐션 자체가 높다. 쉼 없이 온갖 일에 머리를 디민다. 종잡을 수 없는 장난을 치는가 하면, 제가 저지른 장난에 스스로가 깜짝 놀라 화들짝 머리를 숙이는 일도 잦다. 그런, 다소 짓궂거나 뻔뻔하거나 철없이 비칠 수 있는 태도에도 대다수에게 좋은 인상으로 보이곤 했는데,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묻어나는 성정 탓이었다. 아주 사소한 것으로도 오래 웃고 떠들 수 있고, 무거운 이야기도 답답하지 않게 풀어내는 재주가 있다. 드러내는 태도 역시 친절함의 결을 따르고, 타인의 감정이나 상념을 쉬이 공감하며 이해하는 본능 같은 섬세함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다소의 자기 과시욕이 있다. 정확히는 자신이 잘 하는 부분에 있어 뻐기기를 좋아하는 성정. 오만하다기엔 얄팍하나 겸손하냐 묻는다면 영... 다만 스스로 뻐김과 달리, 타인에게 칭찬을 받으면 어쩔줄 몰라하곤 한다.
유순하고 낙관적인 인상이나, 기실은 자존심이 강하다. 지는 것이 싫다. 그런 만큼 고집도 세다. 하지만 그 고집이 아집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스스로 옳다 여기는 부분에선 주장을 꺾지 않는 점이 고집스러웠으나, 반문에 부딪히면 그에 귀를 기울이니 아집은 아니었다. 반대에 부딪혀도 제가 옳다 믿는 주장을 꺾진 않았으나, 그건 다름의 한 방향이라 여겼기에 마다치도 꺼리지도 않았다. 기본적으로 쑥스러움을 잘 타는 성정임에도, 그런 상황에선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양 당당하게 굴곤 한다. 부딪힘은 깎여나간다는 것이고, 마땅한 깎임은 연마라 불려도 이상치 않았으므로 도리어 전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것을 반긴다. 아주 많은 것을 겪어보고 싶어 했고, 딱 그만큼 호기심이 많다. 그만큼의 욕심이 있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많은 것들에 욕심을 부렸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또한 욕심이 있었다.
그럼에도 눈치가 빠르다. 타인에게 거리낌 없이 달라붙어 말을 섞고, 종종 그런 식으로 타인을 귀찮게 만들기도 했으며, 대체의 순간에 무례하다 느껴질 정도로 솔직하고, 호기심이 넘치는 성정이었지만, 결정적인 순간 그어진 선 앞에서 발을 멈춘다. 낙천적인 기질, 명랑함, 자유분방한, 장난스러운 태도. 그럼에도 그 행동거지들을 면밀히 눈여겨 보다 보면, 모든 행위는 결국 저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선 내에서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끝없이 날뛸 듯 굴다가도, 적당한 즈음에 고삐 아래 발을 내리듯 얌전해졌다. 직설적이고 진솔하며 본능적이고 직관적이었지만, 그 직관에 브레이크를 거는 법을 잘 알았다. 곧이곧대로 제 생각을 쏟아내지만, 항시 어떤 선만은 넘지 않는다.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양 자유분방하게 굴다가도 상대가 '정말' 귀찮게 여기기 전엔 행동을 멈춘다. 그런 선을 분간하는 능력이 남들보다 뛰어나다. 타인의 감정이나 기색을 살핌에 있어 몹시 섬세한 감각을 가졌다. 그런 부분에서 철저한 만큼, 지나간 일에 미련을 품거나 하는 일도 드물다. 어떤 일이건 뒤끝 없이 깔끔하게 매듭짓는 것 또한 특징 중 하나.
타인에게는 관대한 데 반해 스스로에겐 굉장히 엄격한 편이다. 이는 스스로에 대한 자존심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신감을 느끼기 위해선 그만큼의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생각, 기준이 확고하다. 자존감이고, 자신감이다. 타인의 비방이 아닌 스스로 떳떳지 못함을 꺼린다. 노력 만큼의 성과가 돌아오지 않아도 눈에 보이지 않는 흔적이나마 켜켜이 쌓여감을 믿는다. 많은 것에서 성공과 실패가 아닌 성공과 경험을 보았다. 달성하지 못한 목표는 다른 길을 향할 경험이라 여긴다. 그것으로 자신은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낙관적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지는 걸 싫어함 또한 분명하기에… 받아들임과 별개로 분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렇듯, 어떤 일이건 경험으로 받아 늘이는 성정 탓에 조건이나 주의사항이 주지되었다면 행동이나 선택에 있어 망설임이 거의 없다. 고민해도 완벽한 정답을 낼 수 없는 문제에는 고민이 짧은 것. 사람에 따라선 신중하지 않다거나 경솔하다 여길 법 하다. 계산보단 자신의 본능, 직감을 따르는 일이 잦다. 이 부분을 고치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까진 생각 전에 몸부터 움직이곤 한다.
1월 3일 밤 무렵에 태어난 아이. 그래서 미치야(三日夜). 선대가 일본계 이주민이었던 아버지의 성을 따랐다.
미치야 본인은 아버지가 해 준 땅 위 하늘에 뜨는 초승달을 미카즈키(三日月)라 불렀다는 말, 우리 성에도 달(月) 자가 들어가니까 이름은 그 달이 뜨는 밤을 따서 미치야라고 지었다는 말을 더 의미 있게 기억하며, 그게 제 이름의 뜻이라 이야기한다.
아버지는 도예가로 이제는 사용되지 않는 문자들을 상감하여 도자기를 굽는다. 아주 오래된 방식을 고집하며, 보존된 소수의 기록을 연구하여 사장된 옛 도예 기법들을 복원하는 활동에 참여하기도 한다.
기록문화유산을 관리하는 직책을 가진 어머니는 문화재 연구 도중 아버지와 만나게 되었다.
부부는 중앙의 담당 기관과도 협력해 문화재의 복원에 관련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이런 활동들은 옛것을 잊으면 미래에 남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성품에서 비롯한다. 요즘 사람치곤 드물게 지상에 강렬한 향수를 느끼는 편으로, 미치야의 경험을 학습으로 여기는 성정은 부모에게서 비롯되었다 보아도 무방하다.
완벽친 않았으나 부족하지 또한 않았던 두 사람은 부모로서도 마찬가지로 부족하지 않게 굴었다. 낳은 아이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아꼈고, 자신들이 가치 있게 여기는 여러 가지를 알려주려 노력했다.
다만 원체 바빴던 만큼 아이를 낳고 오래지 않아 아이에게 쏟은 시간의 공백만큼 밀린 일에 시달리게 되었다. 미치야는 세 살 무렵부터 자신의 어머니가 속했던 공동가정에서 이어진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대부분의 시간을 해당 모임의 구성원들과 보내며 자랐다.
아침과 저녁을 제한 시간은 만나지 못하거나, 일이 바쁜 날엔 집에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도 잦아 다른 이의 집에서 자고 돌아오는 날도 많았다.
그 결과 갖게 된 건 두 명의 형과 한 명의 누나와 일곱 명의 동생. 시끌벅적하니 한순간도 외로울 틈 없는 나날이었고, 한시도 심심하지 않은 매일매일이었다. 아주 쉽게 사람에게 다가드는 성정도, 질릴 틈 없이 말을 붙이거나 장난스럽게 구는 성정도 모두 이러한 환경에서 학습한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아버지를 따라 도예가가 되려 흙을 만지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도예를 시작하게 된 것인데... 그게 예상보다 손에 잘 맞았다.
그 나이임에도 두드러질 정도로 재능이 있었다. 쭉 공부한다면 아버지보다 나은 도예가가 될 수 있을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부모님은 기뻐했고, 본인도 즐거워했으나, 열 살 되던 무렵 스스로 도예를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본인과는 맞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였다.
부모님이 표현한 아쉬움에도 미치야는 고집을 꺾지 않았고, 양친 모두 아이를 강제하는 타입은 아니었으므로 아주 거센 반대는 없었다. 자연스레 재능은 잊혀졌다.
이후 미치야는 체육계열로 진로를 잡아보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한다.
또래에 비해 키와 덩치가 작은 편이었기에 운동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처음 표현했을 때엔 다들 괜찮겠느냐는 우려를 표했는데, 의외로 빠르게 실력이 늘었다. 어릴 적부터 남달랐던 승부욕이 크게 작용했다.
여러 운동을 시도했으나 그 중의 가장 크게 매력을 느낀 건 장대높이뛰기를 위시한 필드 육상 종목이었다. 그중 장대높이뛰기를 주 종목으로 고른 건 인간의 몸으로 뛰어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을 노릴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어릴 적엔 우리의 하늘은 그 끝이 정해져 있으니 언젠가는 그 끝에도 닿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우습게도, 하늘에 손 한번 대 보고 싶다는 욕심이 노력에 가장 큰 동기가 되었다.
특기생으로 지목될 정도로 성적이 좋은 편이었고, 본인도 운동을 즐겼다. 올림픽에 나가 상을 타는 게 한때의 목표기도 했다.
15살 무렵. 유독 기록이 나오지 않던 시기가 있었다. 기록이 나빠도 매일 습관처럼 하던 연습을 멎지 않았고, 성적이 이 상태로 고착되면 특기생 지목도 다시 고려해야 할거라는 감독의 말을 듣고도 묵묵부답 연습에 매진하던 시기였다. 장대로 땅을 짚고 뛰어오르는 찰나, 갑작스레 찾아들어 몇 주간 숨통을 조였던 답답한 기분이 순간 탁 트이는듯한 청량감으로 변하고, 평소보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뛰어올라 등을 떠미는 바람을 느꼈을 때. 건물들이 발아래 아득할 정도로 높게 뛰어올랐다는 사실을 깨닫던 순간. 늘 훌쩍 위에 존재하던 ‘하늘’이 손에 닿을 듯 가까워지고, 자신도 모르게 불러일으킨 바람이 온 운동장을 헤집어 놓는 줄 알지 못하고 손을 뻗었던 순간.
그날 처음 능력을 발현했고, 이후 권유를 따라 연구소에서 보호 기숙 생활을 하게 되었다.
능력을 발현한 후 목표로 해왔던 선수생활은 포기했다. 언제든 마음만 먹는다면 하늘에 닿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고, 발현 직후엔 감정적인 답답함을 느끼면 자신도 모르게 능력을 사용하게 되는 다소의 불안정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탓에 능력이 발현된 직후엔 목표했던 것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다소 침울한 시기를 보내기도 했으나, 오래지 않아 침울함을 떨쳐냈다.
이후 중앙에서 제안하는 연구 및 능력 제어를 위한 조율 과정을 거치며 차츰 능력의 안정도를 키워왔다. 지금에 와선 섬세한 컨트롤에 있어서 만큼은 완벽한 자신감을 보인다.
보호기숙을 진행하며 오래 마주해온 연구원들의 평을 따르면, 또래 친구 앞에선 몹시 활발했으나 어른들에겐 크게 손이 가지 않는 얌전한 아이였다고.
밝은 톤의 미성. 날카롭지 않은 부드러운 말씨에는 잦게 장난기가 어린다. 또래에겐 시원스레 반말을 쓰고, 어른에겐 의식 없이 존댓말을 사용한다.
굉장히 좋은 목소리에 그렇지 못한 음감을 가진 어마어마한 음치다. 리듬감을 비롯하여 몸으로 박자를 느끼는 건 잘하지만, 노래만은 끔찍하게도 못한다. 본인은 이 사실을 몹시 자존심 상해한다.
열 일곱 무렵까진 또래에 비해 작은 키였다. 부모님도 큰 편이 아니었기에, 내 성장은 여기서 끝?! 하고 두려움에 떨던 시절이었는데… 열여덟부터 쑥쑥 키가 크기 시작해 올해까지도 자라고 있다.
매년 활동복을 새로 맞추며 행복한 비명을 질렀고, 학습능력을 갖춘 미치야는 올해, 제 원래 사이즈보다 두 치수 큰 외투를 주문했다. 이 외투가 빡빡하게 맞아 들 때까지 자라는 것이 올해의 목표다.
호리호리해 보이는 것에 반해 힘은 굉장히 센 편.
오른손잡이지만 왼손을 못지 않게 잘 사용한다.
형제 중에 왼손잡이가 하나 있었는데, 어릴 적 그 형제가 오른손잡이였던 미치야에게 대고 넌 이렇게 못하지, 하고 놀리며 왼손을 쓰는 걸 자랑한 일이 있었다. 그날 이후 미치야는 죽어라 왼손 쓰는 법을 연습했고, 그 결과… … …
손재주가 굉장히 좋다. 손으로 만드는 것이라면 무엇이건 잘한다.
능력 덕인지 공간지각능력을 비롯한 공간, 혹은 사물에 대한 인지능력 자체가 뛰어나다. 이능력을 통해 통상적으로 감각 가능한 범주 이상으로 감각이 확장된 탓.
이능력을 다루는 감각 자체가 손발의 연장과 흡사하므로, 존재하지 않는 손발을 조율하며 제 손과 발을 비롯한 신체 요소를 좀 더 조밀하게 다루고, 컨트롤 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아주 섬세한 조작이 가능하다는 의미.
위의 두 가지가 어우러져 무언가를 조립하거나 만들어 낼 땐 설계도 혹은 구조도를 보는 것만으로 어렴풋하게 제작 방법을 머릿속에서 그려낼 수 있게 되었다. 조작한 기류로 조립한 물체의 내부를 조망하여 문제점을 찾아내거나, 남이 만든 물건의 구조를 위와 같은 방법을 통해 파악하는 경우도 있다.
먹는 걸 좋아한다. 실제 가리는 것이 없다. 뭐든 잘 먹어야 많이 큰다고 믿기 때문이다.
더위와 추위에 강하다. 이능력의 페널티 상 익숙해질 수 밖에 없었다.
좋아하는 일과 싫어하는 일을 할 때, 관심도의 편차에 따른 집중도의 차이가 크다. 그런 성향임에도, 해야 할 일은 우는 소리를 내며 꾸역꾸역 해내는 것 또한 성품을 드러내는 특징 중 하나.
직설적인 칭찬이나 좋은 말에 몹시 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