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스한 빨간 머리는 누구에게나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지하에서는 특별할 것도 없는 흰 피부에 점점이 박힌 주근깨는 흐려지는 날이 없었으며, 깊이 팬 보조개 역시 일상적이었다. 종종 회색 눈을 가리는 선글라스를 이마께에 걸쳐두었다. 얼굴 아래로는 몸에 달라붙는 민소매 폴라티, 청바지, 검은색 워커―유쾌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땅을 딛고 선 본인을 중심으로 주변 50m 내의 땅을 움직일 수 있다. 움직일 대상이 충분하다면 큰 위력을 낼 수 있으나, 미학적인 구조물을 만드는 것처럼 섬세한 컨트롤은 불가능하다. 물질을 새로 생성하지 않는 특성상, 특이능력 사용으로 인해 지반이 약해지거나 지하에 공동이 생기는 등 영구적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주의를 요한다.
지형 붕괴, 솟아올리는 흙더미나 구멍 따위로 간접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지반을 허공에 띄우거나 손에 쥔 도구처럼 부드럽게 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그의 공격과 방어는 형태상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간혹 장애물을 무너뜨리거나 일시적인 간이 쉼터를 제공하기도 한다.
특이능력을 사용하는 동안 신체 말단부부터 서서히 감각과 통제력을 잃어간다. 본인의 표현으로는 마취된 손을 땅바닥에 풀로 붙여버린 것 같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이는 특이능력을 사용하지 않는 시간 동안 다시 회복된다. 온몸에 대한 통제를 잃기까지 최장기록은 1시간이다.
느긋한, 긍정적인, 대책 없는 그에게는 일방적인 적이 많았다. 대부분이 마튜의 느긋한 성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었으며, 그들은 마튜가 느긋한 것이 아니라 ‘게으른’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촉박하게 다가오는 시간에도 움직임은 굼떴고, 나중에는 바닥에 드러누워 움직이는 일을 포기하기도 하였으니 틀린 평가는 아니었다. 자신의 행동에 특별한 변명을 덧붙이지 않는 뻔뻔함까지 더해지자 그 누구도 마튜를 두둔하기 어려웠다. 그로서는 ‘더 떨어질 운석도 없는데’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의 믿음은 적당히 잘 흘러가리라는, 낙관적인 쪽으로 향해 있었다.
친근한, 일관된 태도변덕이 죽 끓는 듯한 성격에 싫증 또한 쉽게 느낀다. 해야 할 일을 당당하게 남에게 떠넘기기도 했으며 먼저 나서서 뭘 하겠다고 맡는 법은 절대 없었다. 그나마 최소한의 규범을 지키는 것은 양육자의 피눈물 나는 사회화 교육 덕분. 대체로 어딘가에 게으르게 늘어져 있는 것을 좋아하며 타인이 저를 귀찮게 하면 슬슬 자리를 옮기곤 했다.
단순한, 융통성 있는그는 비교적 의견이 명확한 편이었다. 대부분이 귀찮고 움직이기 싫다, 쯤으로 귀결되는 것이 유일하고도 중요한 흠이었으리라. 다행스럽게도 그는 예의를 아는 사람이었으므로 적절한 설득이 곁들여진다면 그는 쉽게 납득하는 축에 속했다. 타인에 비해 도덕적이지 않은 그는 친구의 과자를 한 줌 빼앗아 오자는 속삭임에 열렬한 반응을 보냈고, 타인만큼 도덕적인 그는 운동장에 구멍을 내서 훈련을 취소시키자는 권유에는 고개를 내저었다.
Mathu Mnouchkine 480414-07-835326 Rh+O
솔렌 므누슈킨과 아즈하 자만, 두 양육자 사이에서 외동으로 태어났다. 둘 모두 제7도시의 흔한 행정공무원으로, 지하 도시 태생이다. 마튜는 두 양육자가 중년이 된 이후에 태어났기에, 두 양육자는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한다. 가족 간의 신뢰나 애정은 존재하나, 매사에 느긋한 마튜를 이해하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우르 퇴소 이후에도 가족 구성원은 변하지 않았다. 마튜는 두 양육자의 잔소리를 여전히 귀찮아했으며, 조부모와는 그보다 친근했다.
제7도시에 위치한 공공주택에서 아주 늙어 혼자 거동하기 어려운 솔렌 므누슈킨의 양육자 둘과 마튜의 양육자, 그리고 마튜가 살고 있다. 3세대가 모여 살다 보니 여러모로 좁은 감이 있다.
마튜는 연구소에서 우르로, 우르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온 지 1년도 되지 않아 독립을 시도했다. 하지만 집을 배정받고 짐을 옮기는 등의 일이 너무나 번거로웠던 나머지, 마튜의 독립 계획은 연례행사처럼 돌아올 뿐 이행되지 않는 다짐이 되어버렸다.
11살에 발현했다. 발현 당시에는 꺼진 땅에 본인이 걸려 넘어지는 사고가 고작이었으나, 지하 도시의 유지에 특이능력이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중앙의 우려 하에 특이능력을 큰 규모로, 또 자주 사용하지는 않는다.
우르 퇴소를 기점으로, 특이능력의 범위와 규모를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어린 시절부터 이어지던 연구소 보호는 취소되었다. 본인은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다는 입장이다.
그의 또래 세대가 으레 그러하듯 지하를 고향 삼은 그는, 지상에 올라간다는 계획에 대해 큰 감흥이 존재하지 않았다. 단지 그는 게으름을 그냥 두고 보지 않았던 양육자에게서 잠시 떠나있고 싶었고, 프로젝트 〈메르겐〉에 대해 묻는 주변인이 귀찮았으므로 지원했을 뿐이다. 하잘것없는 지원 동기에 걸맞게 프로젝트에도 열정적이지 않다.
우르에서 기숙 생활을 할 때보다 7년간 추가 생존 훈련에 임했던 태도가 훨씬 낫다는 평을 받는다. 전반적인 훈련 시간이 줄어든 탓도 있겠으나, 기약 없이 출발을 기다리는 생활이 마튜에게는 오히려 잘 맞았던 탓이다. 그는 탐사에 필요한 것들을 부담 없이 배웠으며, 그것을 빌미로 양육자의 잔소리에서도 한 발자국 벗어났다. 체력 단련, 생존 훈련, 특이능력 운용 훈련이 주된 일과였다.
그저 추가 생존 훈련을 받고 이따금 체조 연습을 하던 어느 날, 대학을 가보고 싶다는 20세의 충동 하에 제9도시 대학에 입학했다. 몇 년 간 훈련을 받은 지식으로 지리학과에 들어가 자연지리학을 중점으로 공부했다. 이후 자신의 이능력에는 지질학이 더 맞는 것 같다는 주장과 함께 5학기, 약 2년 반 만에 지질학과로 전과했다. 본래도 한번 학사경고를 받았던 상태에서, 전과 이후 2학기 연속으로 학사경고를 받고 결국 제적당했다. 주원인은 끔찍한 출석률. 제적당한 본인은 "대학은 졸업 못 했지만 생존 훈련을 열심히 받고 있으니 괜찮잖아?" 같은 반응으로 주변을 아연하게 만들었다.
영어, 중국어, 일상적인 몽골어. 느릿하게 이어지는 단어들. 프랑스어라곤 ‘식사 시간이에요.’, '지하에는 길고양이가 없어요.', '난 바보예요.' 밖에 모르는 주제에 발음만큼은 꼭 부드럽게 흘러갔다. 졸린듯한 테너톤.
조부에게 선물 받았다고 주장하여 쓰고다니던 선글라스는, 우르 입소 전 그가 조부의 짐 상자에서 슬쩍 해온 것이었다. 그의 조부는 마튜가 선글라스를 가져갔다는 사실을 다큐멘터리의 인터뷰를 보고서야 알았다. 퇴소 이후 무척 화를 내며 그것을 빼앗으려 하다가…… 마튜가 일주일 밤낮을 누워서 시위한 덕에 지금까지 지켜낼 수 있었다. 누워서 시위하는 도중 '나 시위 중(선글라스 사진)'같은 문자를 친구들에게 돌리며 놀았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체조를 해왔다. 그의 양육자―아즈하 자만은 그의 게으름이 운동 부족에 있다고 여겨 교양 겸 그를 반강제로 집어넣었으나, 의외의 재능이 있었기에 꾸준히 해온 모양이다. 키가 훌쩍 자란 지금은 체조를 업 삼지 않아 얼마나 다행이냐며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농담과는 달리 퇴소 이후에도 간간이 옛 훈련장에 얼굴을 비췄으며, 지금까지 취미로 즐기고 있는 듯하다. 의무적으로 나갔던 어린 선수 시절에 비해 설렁설렁 훈련하는 취미생이 되자 여러모로 재밌어진 모양이다.
23살까지는 귀찮음을 이유로 자르지 않은 채 등까지 머리카락을 길렀다가, 지상 탐사가 정해진 24살의 해에 지상에서는 관리가 더욱 귀찮을 것이라며 잘라버렸다. 이후 1년 간 짧은 머리카락을 유지했다. 지금은 자른 지 1개월 정도 지나 영 부스스하고 단정하지 못한 상태다.
옆으로 누워서 바닥 무늬 세기, 체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