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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 Rei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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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예요?"

 

"그 훈련소에서 이런 건 안 가르쳐 주니? 안경이잖아."

 

"몰라서 묻는 게 아닌 거 아시잖아요."

 

 

 

제 앞에 놓인 것을 본 이브가 눈을 깜박이다가 다시 한번 묻는다. 이제 모닝이라고 불리는 그의 작고 검은 뱀은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도록 눈치껏 그가 앉아 있는 의자 다리를 감싸며 기어올랐다.

 

 

 

"제 선물이에요?"

 

"그래, 요즘 눈이 잘 안 보인다며."

 

 

 

백금색의 금속 테로 만들어진 유려하고 깔끔한 디자인의 안경이었다. 붉은색 리본으로 포장된 작은 선물상자에서 그것을 꺼내, 어색한 손길로 얇은 안경다리를 펼치고 접어 보던 이브가 곧 안경을 써본다.

 

 

 

최근 멀리 있는 것이 잘 안 보이기는 했다. 사실 최근이라기에는 그런지 조금 되었지만, 시간을 쪼개 검진을 받으니 단순한 근시라고 해서 크게 걱정하지도 않았고 일상생활에 문제가 되는 일도 아직은 없었기 때문에 일단 그 건에 대해서는 생각을 미뤄 두고 있었던 차였다.

 

 

 

"굳이 신경 쓰시지 않아도 수술 일정을 잡으려고 했는데요."

 

“널 그냥 내버려 두면 바쁘다고 미루면서 안 하려 들 걸 누가 모를 줄 알고?"

 

 

 

그는 차마 부정하지 못하고 멋쩍은 얼굴로 가볍게 웃었다. 그는 성실했지만 때때로 자신의 안위를 다른 것보다 후순위에 두는 경향이 있었다.

 

 

 

콧잔등 위로 얹어진 가벼운 무게감이 역시나 아직은 어색하다. 얇은 안경알 너머로 이전보다 조금쯤 선명해진 부모님의 얼굴이 보인다. 그의 부모인 라일리 부부가 뿌듯한 얼굴로 그들이 준비한 선물을 쓴 아들을 바라보고 있다.

 

 

 

부부의 하나뿐인 아들인 이브가 <중앙>의 훈련소에서 교관들의 다정한 지도 아래에서 열심히 구르고 있던 동안 제2 도시에 있는 그의 부모님도 착실히 나이를 먹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서 늘어난 잔주름을 찾으며 이브는 새삼스레 시간의 흐름을 느꼈다.

 

 

 

"안경을 쓰면 수업도 더 잘 들을 수 있겠지. 앞으로 열심히 하렴."

 

"네, 그래야죠."

 

 

 

당연하다는 듯 답하자 그의 부모님은 인자하게 웃는다. 이브도 그들을 따라 미소를 지었다.

 

 

 

"마음에 드니?"

 

"물론이죠. 감사해요. 이런 선물도 주시고."

 

"뭘, 이런 걸 가지고."

 

"요즘 안경 쓰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요. 구하기 힘드셨을 것 같은데."

 

"어렵지는 않았다."

 

"정말요?"

 

 

 

그럼, 구하는 데 하나도 어렵지 않았어. 그의 어머니가 호언장담하는 것과 달리 그 과정이 특별히 쉽지도 않았으리라는 건 능히 짐작이 가능했다. 자원적인 문제도 있고 <중앙>의 지원으로 수술 한 번만 하면 그만인데 굳이 귀찮게 안경을 쓰는 사람도 요즘은 찾기 힘드니까.

 

 

 

"그런데 정말 대학원 졸업까지 할 수 있을까?"

 

"네……. 아마도요?"

 

"중앙에서는 아직도 연락이 없고? 언제 올라간다고 말이라도 해줘야 공부를 계속하든 말든 하지……."

 

"곧 소식이 오겠죠. 염려 마세요."

 

 

 

다른 이들과 함께했던 합숙 훈련이 끝나고, 무기한으로 지연된 탐색의 출발을 기다리는 동안 이브는 제10 도시의 대학에 진학해 학업에 정진했다. 어린 그가 프로젝트의 참여를 결정했을 때부터 아들의 안위만을 걱정했던 라일리 부부는 그의 결정에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대학에 진학하려는 그의 의도가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기 위함임을 일부러 자세히 설명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아무튼 목숨이 위험해 보이는 훈련만 아니면 좋다는 마음도 있었으리라. 공부를 하다 마음이 바뀌면 더 좋고.

 

 

 

추가 생존 훈련 이수에 더해 대학의 학사 과정을 밟으면서, 틈틈이 뜨개질을 하고, 그러다 가끔 시간이 나면 연락이 닿는 훈련소의 친구들을 불러내 만나고, 필요하다 생각되면 특이능력 운용을 위한 개인 훈련을 신청해서 받고, 매년 돌아오는 그의 생일 때마다 몇 벌의 스웨터를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그런 식으로 바쁘게 수료 후의 몇 년을 보내는 동안 이브는 한 번도 그의 목표에 대해 잊은 적은 없었다.

 

 

 

<우르>의 수료식 후 5년이 되는 오늘까지, 아직 지하도시의 나날은 언제나와 같이 무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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