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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 hene Peteurois

 

 

 

 

 

 

 

 

탐사 연기 소식을 듣고부터는 종종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순간이 잦았다. 이제 와서 뒤늦게 다른 방법을 찾을 수도 없지 않나. .. 애초에 돌아갈 길은 있었나? 간절히 바란 만큼 만약의 상황에 관해서는 어떤 대비도 하지 않았다. 그야 당연하지 않은가? 노력을 했다면 그만한 대가를 얻어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미련하게도. 꼭 한 가지 목표만을 보고 달려온 대가는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다. 내가, 그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감정을 견디고 쌓아왔는데. 무엇으로부터 그렇게 몸을 숙여왔는지. 숨죽인 지하에서 찾지 못한 게 땅 위에는 있을 거라고... ... 빈손을 내려다보며 제 삶의 규칙을 수도 없이 곱씹었다.

 

감정이 치밀 때일수록 느리고 신중하게. 당연한 공식이었다. 감정에 휘둘려 가진 것마저 놓치는 행동 따윈 간절하지 않은 사람들이나 할만한 미련한 행동이라 여겼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준비를 철저히 해둘 시간으로 생각하자고. 다시, 처음부터. 알면서도 그렇게 마음먹기까지는 답지 않게 긴 시간을 소모해야 했다.

 

 

 

분명 모르지 않는데. 점점 더 조급해지고, 점점 더 날선 반응을 내뱉는 것을 스스로도 느꼈다. 목표가 조금 멀어진 것을 가지고 공들여 쌓아올린 관계마저 엉망으로 망칠 순 없었다. 통제할 수 없다면 떨어져 있는 게 옳다. 꼭 필요한 과정만 함께 했고, 그 외에는 모든 것을 혼자 해결했다. 아끼는 관계일수록 떨어져 있을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던 그 말을 그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껏 그만큼 마음을 둔 사람이 제 주변에 없었다는 사실도.

 

 

 

어른이 되면 그저 자유로울 줄만 알았는데 점점 주변에서 요구하는 것들이 늘어나니, 어느 것 하나 놓지 않고 완벽히 해낸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꼭 해내지 못할 정도도 아니었고. 한동안 배워보겠다며 이야기를 나누던 요리를 포함해 생존술을 익혔다. 요리를 배우면서는 특히, 그 전쟁터 같은 주방에서 도망 나가는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그렇게 소란을 피우지 않아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고 하면 믿어줄까.

 

기존에 이어오던 체력단련에 추가로 얼기설기 짜인 계획으로만 남아있던 기술을 익혔다. 당연히, 해낼 수 없으리라는 생각은 없었지만 그 과정만큼은 쉽지는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던 탓에 훈련 장소를 따로 마련해야 했다. 한동안 조급함에 틀어잡혀 저질러온 짓들을 생각하면.. 아무튼 이 이상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여전히 하나의 목표에 절박하게 매달리는 모습 역시도.

 

다른 언어를 배우고. 경제학 과정을 따라 능력에 도움이 될만한 공부를 마쳤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는 틈에 다른 불안이 끼어들 수 없도록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정신없이 보낸 시간들. 그리고...

 

.

 

.

 

 

 

"... ... 페트로이스!"

 

 

 

-쾅! 테이블을 내리치는 소리에 그제야 상념을 끊어내고 고개를 든다. 초점이 제자리를 찾고, 한 번 더 눈짓을 받고서야 찻잔의 둘레를 따라 느른하게 움직이던 손가락의 움직임이 멈춘다. 무슨 이야기 중이었지... 한껏 굳어있는 얼굴을 갑작스레 마주 보면서 응? 하고 되묻는다. 그저 안중에도 없단 듯이 미소를 띠면 불만에 가득 억눌린 한숨소리가 들린다.

 

 

 

".. 하나도 안 들었죠? 곧 출발한다면서요. 가기 전에 마지막이라고 먼저 만나자고 한 건 당신이에요."

 

 

 

다소 과격하게 테이블을 내리친 손이 치워진 자리엔 어떤 선언처럼, 익숙한 디자인으로 세공된 반지가 놓여있다. 의도야 빤했다. 굳이 물을 필요도없었으나 예의상, 오른쪽 눈썹을 미미하게 치켜들어보인다. 

 

 

 

"돌아올 때 가지고 돌아오세요."

 

 

 

겉에선 어떻게 보일는지 철저히 계산된 호선을 그리고 있던 입꼬리가 균형을 잃고 비스듬히 기울어진다. 그간 한 번도 속내를 드러내 보인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와 만나온 근 2년간 제가 어떤 마음으로 떠날 날만을 기다려왔는지 속속들이 아는 사람이었다. 어떨 때는 정말 거북함에 숨이 차고 속이 뒤틀릴 만큼. 말하지 않아도 무엇이든 알고 있던 사람. 정답을 알면서도 그만큼 돌려받을 수 없다면 내어주려 하지 않던 사람. 그러니 이것도, 돌아올 생각이 없다면 기다리지 않겠다는 의도가 명백한 선언이었다. 다시 이렇게 웃는 얼굴로 마주 보는 당신이나 나나 장래성도 없는 관계에 목매 달 사람이 아니긴 해. 진심이야 어찌 되었든 간에.

 

 

 

"내가 돌아오지 않길 바라요?"

 

"그편이 내게 떨어질 몫이 더 크긴 하겠군요."

 

"나는 잠시나마 당신이 그리울 것 같아요."

 

"내 능력이 그리운 거겠죠."

 

"아무튼요."

 

"정 그렇담 돌아오면 되는 거고요."

 

"내가 이래서 당신이 좋은가 봐요."

 

 

 

갈게요. 다시 보자는 말도, 돌아올 테니 안심하라는 말도. 빈말로라도 차마 내뱉지 못했다. 말로 하지 않아도 알겠지. 그가 내민 것을 손에 쥐고, 그런 무책임한 믿음만을 떠넘기듯 자리에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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